사유의 환기

~에 의해 amond | 3월 26, 2026 | 글쓰기, Photography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찍고 보정한 이 이미지를 보고 있으면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쾌락의 정원'이 떠오른다.

실제 보쉬의

실제 보쉬의 작품처럼, 이 사진은 비범한 뒤틀림 속에 얽혀 있는 형상들의 향연이며, 부분부분을 세밀하게 들여다봐야만 하는 이미지다. 어쩌면 이 이미지 속의 색감들이 그런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도 모르겠다. 처음부터 그 그림을 의식하고 촬영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피사체가 흥미로워 셔터를 눌렀을 뿐이다. 그 이미지가 내 안에서 소환된 것은 바로 편집을 하던 순간이었다. 순수한 광기와 혼돈 그 자체였다. 그러다 문득, 이것이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세상과 닮았다는 생각이 스쳤다. 광기와 혼돈. 아니면, 내가 이제야 비로소 사물의 이치를 깨닫는 분별의 나이에 접어든 것일까? 보쉬도 같은 말을 하려 했던 걸까? 그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내가 알 길은 없다. 그저 그의 작품을 통해 짐작해 볼 뿐이다. 천국, 우리, 그리고 지옥. 작품을 구성하는 세 개의 패널 중 가운데가 바로 우리, 즉 '쾌락의 정원'이다.

탐욕과 자기만족으로 관심을 갈구하며 아귀다툼을 벌이는 인간 군상, 바로 우리의 모습이다. 인류가 어디로도 향하지 못한 채 임계점에 도달해 버린 시대. 우리는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그저 미친 개가 이끄는 양 떼처럼 휩쓸려 갈 뿐이다. 보쉬의 시대에도 마찬가지였을지 모른다. 결국 오랜 세월이 흘러도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증명할 뿐이다. 오래 살다 보면 모든 것이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나는 이 사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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