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감각

4월 4, 2026 | Photography, 글쓰기

손자

나이가 들수록 왜 시간이 더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질까? 나도 몸소 겪고 있는 중이다. 하루는 눈 깜빡할 사이고, 일주일은 하루 같고, 한 달은 일주일, 일 년은 한 달처럼 느껴진다.

골프장에서 85세 된 할아버지 골퍼를 만났는데, 본인의 시간은 시속 85마일로 달린다고 하시더라고. 시속 60마일로 달렸던 60대 때와는 확연히 다르다면서…

어디서 읽었는데, 나이가 들면 기억 속의 시간 덩어리들이 사라지면서 시간 감각이 수축하고, 그래서 시간이 더 빨리 흐른다고 한다. 흠……. 일리가 있다. 하지만 난 한국에서 열 살 때 미국으로 이민 가기 전의 기억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그 사이에 있었던 모든 일들과 그 전이 일들이 모두 생생하다. 그래도 그 개념 자체는 이해가 가지만, 딱히 만족스러운 답은 아니다.

인간은 시간의 흐름을 측정하기 위해 시계라는 도구를 발명했다. 내 친구는 사랑의 깊이를 측정하려 애쓰고 있는데, 그건 또 다른 이야기고. 어쨌든 시계는 항상 일정한 간격으로 똑딱거린다. 시간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의 지각이 변할 뿐이지. 그리고 머나먼 우주로 나가면 시간은 더 느리게 간다던데, 그 물리적 원리는 잘 모르겠다. 난 아인슈타인이 아니니까.

내가 아는 건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준다는 거다. 모든 일에는 시간이 걸린다는 거다.

사람마다 얼마나 다른지 이해하는 데 60년이나 걸렸다. 바보 같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생각조차 안 하고 내 세상에만 갇혀 살았다. 선한 의도를 가진 사람만큼이나 악한 의도를 가진 진짜 나쁜 사람들도 있다는 걸 몰랐다. 그저 모든 사람이 나처럼 생각하는 줄 알았다. 정말 바보 같았다!

이 나이가 되어서야 겨우 그런 걸 깨닫는다는 게 참 쓸쓸하게 느껴진다. 내가 바보가 아니라는 건 알지만, 너무 어린애 같다는 생각이 드는것이다. 스스로를 아주, 아주, 아주 늦게 피는 꽃이라고 정당화해야 겨우 마음이 놓인다. 그렇게 생각하면 젊어진 기분도 들고. 내 시간은 좀 느리게 가 준것 같다.

나는 한 분야에서 50년 넘게 일을 했다. 사진. 사람들은 나를 ‘작가님’이라 부른다. 내 생각에는 어떤 분야의 달인이 되는 데는 1년이면 충분하다. 그런데 난 그걸 50년 동안 했다. 그러니 난 50번은 더 달인이 된 셈이다!

모든 것은 시간으로 측정되지만, 시간은 흐르는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심도 없다는 듯 무심하게 흘러갈 뿐이다.

인간은 태어나서 머릿속에 생각을 품은 채 사라지도록 자연에 의해 설계되어있다. 그 생각들은 다 어디로 갈까? 별자리를 바라보며 깊이 파고들어 볼 만한 흥미로운 질문이다.

태어남과 죽음 사이의 시간을 우리는 삶이라고 부른다. 세대마다 시대를 구분 짓는 시간의 틀이 있다. 나의 세대의 경우, 나는 지금은 아주 논란이 많은 가문에서, 당시에는 매우 가난했던 나라에서 태어났다. 그러다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로 이주해서 교육을 받았다. 그사이 내가 태어난 나라는 매우 부유해졌다. 기적 같은 일이다. 하지만 이제 모국은 벌써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한 국가의 운명이 한 바퀴를 다 돈 셈이다.

지금 나는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한 곳에 살고 있다. 나 역시 한 바퀴를 다 돌았다.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말이다. 하지만 난 여기서 나 자신을 찾았고 행복하다. 결국 어디에 사느냐가 아니라 마음이 어디에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더 느리게 흐른다. 현대적인 '물건'들이 별로 없다. 살 형편이 안 되니까. 그런데 현대성이라는 게 꼭 행복을 주는 건 아니다, 그저 편리함일 뿐이지. 미국 사람들은 너무 편리해진 나머지 비만이 될 때까지 먹어대고 있었다. 이제 그 뚱뚱한 사람들은 상식에 어긋나는 망상적인 피해 의식을 쏟아내고 있다. 구경하기에 매우 흥미롭다. 한국은 미국 거라면 뭐든 빨리 따라 하던데, 제발 이건 안 따라 했으면 좋겠다.

이 나이에 사진작가로서 시간의 감각을 표한다면, 카메라는 셔터 스피드가 있다. 보통 1/125초 보다 빠르게 찍어야 흔들림이 없다. 눈 깜짝하는 시간보다 짧다. 하지만 그 순간은 진실이 포착 돼는 시간이다. 그 순간의 진실을 보려면 또 시간이 걸린다. 많이 찍어 봐야 그 순간을 느낀다.

나의 시간 감각은 시간의 대한 감각없이 강물처럼 하염없이 그저 흘러, 흘러 가는 것이다.

자랑스러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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