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카메라를 써야 할까?
어렸을 적 아날로그 사진 시절, 나는 카메라에 푹 빠져 있었다. 잘 때도 껴안고 잤을 정도였다. 어머니의 후지카(Fujica) 인스타매틱으로 시작해서 캐논 라인의 최고봉이었던 캐논 F-1, 니콘(Nikon)을 거쳐 핫셀블라드(Hasselblad), 나중에는 사이나(Sinar) 4x5 대형 카메라까지 사서 이용해 봤다.
F-1을 쓰고 있을 때, 당시 여자친구가 라이카(Leica)를 샀다. 그걸로 몇 장 찍어보고는 35mm 포맷의 차원에서의 다른 선명함과 느낌에 깜짝 놀랐다. 그래서 선명함을 위해 필름 판형이 더 큰 중형 카메라인 핫셀블라드를 샀다. 결국엔 그놈의 선명함 때문에 Sinar 4x5 카메라까지 사게 되었다. 그땐 내 눈이 참 좋았다. 그러다 결국 편리함 때문에 핫셀블라드에 정착했다. 4x5는 딱 한 장을 노출시키는 것조차 너무 번거로웠기 때문이다.
핫셀블라드는 그 당시에도 비싼 카메라였고 지금은 더 비싸다. 지금은 사용하기 한결 쉬워진 새로운 라인업이 나왔지만, 여전히 엄청나게 비싸다. 다른 카메라 회사들은 새로운 기술을 무기로 핫셀블라드의 명성을 따라잡으려 애쓰고 있다. 아마 핫셀블라드 임원진들도 꽤나 골치를 앓고 있을 거다.
사진이란 뭘까? 바로 이미지다. 카메라 회사 임원들은 좋은 사진처럼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제품을 사도록 유혹하기 위해 스스로의 '좋은 이미지'를 포장해 내세우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시중에는 서로 자기네 것을 사달라며 관심을 끄는 카메라가 너무 많다. 본인이 전문가고 최고로 잘 안다고 떠들어대는 카메라 광신도가 아닌 이상,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카메라를 찾기란 아주 혼란스러운 일이다.
결국 카메라는 네 표현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스스로 완벽하게 통제할 수만 있다면 무엇으로 찍든 별로 중요하지 않다.
선택의 기준
- 돈이 문제가 안 된다면: 라이카를 사서 그 특유의 느낌을 경험해 보고 그들의 시야(world of vision)를 직접 경험해 보라. 시작의 중요성이다.
- 예산을 아껴야 한다면: 이때부터 헷갈리기 시작할 거다. 카메라마다 네가 선호할 수도 아닐 수도, 혹은 이해하거나 못 할 수도 있는 다양한 기능들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천불 미만의 카메라도 충분하다.
나는 이 새로운 카메라들을 일일이 확인해 볼 흥미가 없어서 완벽한 카메라를 추천해 줄 수는 없다. 그러니 결국 자신의 예산에 달려 있다. 사실 카메라는 다 거기서 거기다. 카메라가 제 역할을 다한 뒤, 네가 무엇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내가 라이카를 추천하는 이유는, 비록 오래전이긴 하지만 내가 직접 써봤고, 그 당시 내 시야를 틔워준 깨달음의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론, 카메라 자체만 놓고 보자면 내게 궁극의 카메라는 단연 핫셀블라드다.
내 핫셀블라드는 아직 미국 어딘가에 있을 텐데, 정확히 어디 있는지는 모르겠다. 미국을 떠난 지 너무 오래됐다. 그리고, 필름 카메라라서 굳이 찾지도 않는다. 난 이제 100% 디지털 환경에 정착했고, 암실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지금 내가 카메라에서 찾는 것들
- 가벼운 컴팩트함
- 16x20인치 인화를 하기에 충분한 화소 수
- 28mm-200mm 수준의 줌 기능
- 정확한 자동 초점(AF)
무거운 카메라를 낑낑대고 들고 다니면, 내 나이에는 굳이 겪지 않아도 될 목 통증을 감수해야만 하니까.
안드로이드 폰 카메라는 내 기준엔 그다지 선명하지 않다. 왜 아직도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인간이 달에도 가고 AI가 사람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세상인데, 내 이 작은 바람 하나 채워줄 작은 카메라 하나를 못 만든다니. 아마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돈과 타이밍의 문제일 거라고 짐작할 뿐이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이건 자신의 선택이지 다른 누구의 선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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