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12년 전 처음 샀을 때와 똑같이 작동하는 커피 그라인더가 하나 있다. 위로 원두를 부으면 기계가 내가 원하는 설정에 맞춰 갈아내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향기와 함께 아래로 커피가 쏟아져 나온다. 그것이 이 기계가 하는 일이다.
이 기계는 너무나 한결같아서 커피를 가는 과정조차 잊게 만들고, 어느새 그 과정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손이 기계에 닿는 그 몇 초의 시간은 그야말로 텅 빈 무념무상의 시간이다. 이 기계에 대한 신뢰를 너무나 편안하고 당연한 것으로 여겨왔던 것이다.
문제는, 이 기계의 존재를 새삼 깨닫게 되면서 언젠가 이 기계가 멈춰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나는 내 삶에서 아주 가치 있는 무언가를 깨달았다. 바로 '한결같음(일관성)'이다. 나에게 매일 필요한 것을 이토록 편리하게 제공하기 위해 묵묵히 제 할 일을 다하는 그 기계의 한결같음 말이다. 내가 미처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엄청난 만족감이라는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그 작은 행동 하나.
이것은 내 카메라와 같은 일본 브랜드 제품이다. 그들이 만드는 거의 모든 것들은 묵묵히 일하는 든든한 일꾼들이다. 내 자동차인 마쓰다(Mazda)조차도 소모품이 닳았을 때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불평을 하지 않는다. 나는 그들 특유의 '장인정신'이 이토록 든든한 물건들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카메라 셔터를 누를 때도 이와 똑같은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그들이 수 세대에 걸쳐 그렇게 해왔듯, 당신 역시 장인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수만 장의 사진을 찍어야만 한다. 그것은 당신이 원하는 곳에 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한결같이 해야만 하는 일이다.
인생에서 성취하고자 하는 모든 것에는 한결같음이 필요하다. 그것이 없다면, 당신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행인, 즉 영화 속 배경처럼 당신 삶의 엑스트라에 불과할 뿐이다.
0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