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포인트 없이

2026년 9월 4일 | Photography, 글쓰기

아무런 포인트 없이

아무런 포인트 없이…

 

마음이 스스로를 속이다 보면 그토록 중요해 보이던 일도 아주 사소해지기 마련이다. 세월의 이치가 원래 그렇다. 위기에 직면한다.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좁은 생각에 갇혀 버린 것이다. 이럴 때 무엇을 하는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대신 해결하도록 내버려 둔다. 인생이라는 이 우스운 무대에서는 보통 그렇게 일이 풀려가곤 한다. 내가 하지 않으면, 결국 다른 누군가가 하게 되어 있다.

나는 뭐든 직접 해야 직성이 풀리는 DIY 스타일의 사람이다. 하지만 이제 나이가 들다 보니 집안일을 하는 것도 꽤나 번거로워졌다. 다행히도 내 대신 일을 해주는 두 명의 메반(가정부)이 있다. 그러다 문득 내가 그들에게 월급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은 생계를 위해 돈을 받고 일하는 것이고, 나는 그저 그들의 ATM일 뿐인 것이다. 그래도 8년 동안 함께 지내다 보니 이제는 마치 내 친딸들처럼 느껴진다. 한 시간 동안 라오스어를 배워보다가 포기해 버린 탓에, 우리는 휴대폰 번역기를 통해 대화한다. 그래도 우리는 아주 원만하게 잘 지낸다.

아내가 운영하던 식당을 내가 맡아서 운영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90년대 이후로는 사업을 해본 적이 없다. 젊은 시절에 식당을 성공적으로 운영한 경험이 있긴 하지만, 지금의 내 마음은 그때와 완전히 다른 세상에 가 있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고, 우리는 우기 한가운데에 있다. 올해는 낮에도 비가 내린다. 보통은 밤에만 비가 오고 낮에는 무더웠는데 말이다.)

나는 잭슨 폴록처럼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폭풍에 날아가 버린 식당 메뉴 현수막이 캔버스가 되었다. 지금 그림 그리기는 나를 혼란과 광기의 벽으로 몰아넣고 있다. 사유의 과정이 담긴 그림 그리기를 내가 너무 만만하게 보았다. 잭슨 폴록은 과연 칭송받을 만하다. 지금 나는 물감 층이 마르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캔버스 위에 내가 저질러 놓은 작업물 옆에 앉아, 혼란스러운 머릿속으로 다음에 무엇을 할지 생각해 본다. 물방울 모양으로 겹겹이 쌓인 물감의 레이어들. 부분적으로 보면 아름다워 보인다. 그래서 부분별로 사진을 남겨둔다. 이 작업이 결국 어디로 도달하게 될지 그 누가 알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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